우리 주위는 너무나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들로 가득하다. 결코 우연이 아니며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의 결과라는 그 때 그 책
지상 최대의 쇼 - 리처드 도킨스
리처드 도킨스는 1941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동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물행동학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분자생물학, 집단유전학, 발생학 등 과학 전 분야를 두루 섭렵했다. 여론 조사 결과 노엄 촘스키, 움베르토 에코에 이어 세계 최고 지성으로 꼽힐 정도로 영향력 있는 과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술가이다.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다수의 명저를 통해 종교의 비합리성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폐해를 역설해왔다.
김명남은 환경대학원에서 환경 정책을 공부했고, 알라딘 편집장을 지냈고, 지금은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내 안의 물고기, 시크릿 하우스, 이보디보, 불편한 진실, 특이점이 온다, 한 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 등을 옮겼다.
리처드 도킨스의 책은 나에게 전작주의를 하도록 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사람이다. 과학과 수학과는 담 쌓고 사는 나에게 과학에 관심을 두게 해 준 사람이다. 그토록 쉽지 않은 그의 책이 왜 그다지도 나의 궁금증을 일으키게 해서 보게하고 읽게 하는 지 오늘에야 정확한 이유가 있었다. 그가 과학적인 글쓰기를 하면서도 그 안에 인간의 근원을 흔드는 철학적 글을 쓰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그를 싫어해서 극단적으로 내모는 사람들이 그를 여전히 싫어하는 모습도 도처에 있음이 감지되곤 한다. 내가 분명코 단언하고 싶은 것은 그들은 리처드 도킨스가 진정으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읽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고.. 그가 전하고자하는 진실, 사실을 이해하고 싶지 않고 자기 생각들을 고집하고 싶은 것일 뿐.. 도킨스의 글들은 논리적이고 과학적이지만, 때론 시와 함께, 때론 이 황홀하게 아름다운 주위의 풍경에 대한 철학적 사고의 표현과 함께, 그의 책은 유머러스 하고, 정감이 간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냥 이 빛나는 우주가 절대자의 손에 의해 창조 되었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유혹적인 이 세계, 이 태양계, 이 우주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더 선량한 마음과 궁금증을 가지고 그렇지만 사실과 진실, 증거에 입각해서 접근한다는 점만 그 사람들과 다를 뿐이다. 도킨스의 책은 쉽지 않지만 차근차근 읽어보면, 이 황홀하게 너무도 신비롭게 계획된 것 처럼 혹은 설계된 것 처럼 보이는 이 세상에 대해서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사물들을 대하는지 바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실과 진실,증거에 입각해서 지상 최대의 쇼에 접근하려는 태도만 다를 뿐..
이 책은 리처드 도킨스의 열 번째 책이다. 집단 선택론에 맞서 유전자 선택론을 제기한 '이기적 유전자'는 유전자의 시각에서 자연선택을 바라보는 새로운 다윈주의를 대중과 과학자들에게 전파했다. 그 후 출간된 '확장된 표현형'은 '이기적 유전자'에 대한 보충설명을 해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두 책이 자연선택이라는 친숙한 이론을 낯설게 바로보는 시각을 제안했지만, 진화의 증거 자체를 논하지는 않았다. 그 후의 책들도 진화가 사실이라는 점은 전제로 하고 쓴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진화의 증거 자체를 명확하게 제공할 그 심각한 빈틈을 메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윈 탄생 200주년을 기념으로 이 책을 펴낸 것으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진화의 증거를 들이대기 전에 저자는 정말 답답함을 예를 들어 설명했다. 나는 영어영문학의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인지 확 와닿는 이야기였다. 이렇다.. 만약 당신이 로마사와 라틴어를 가르치는 교사라고 상상해보라고 한다. 고대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전수하고 싶어서 오비디우스의 애가나 호라티우스의 서정시를, 키케로의 웅변에 드러난 박력과 간결미를, 줄리우스 카이사르의 통솔력을, 후대 황제들의 방탕과 무절제를 말하고 싶지만 실로 간단치 않은 일이고, 시간과 집중력과 헌신을 요하는 일이다. 그런데 자꾸만 당신의 소중한 시간을 갉아먹고, 학생들의 주의를 흩뜨리는 문제가 있는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무식한 자들이 늑대 떼처럼 당신을 몰아세우며 가엾은 당신의 제자들에게 로마인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설득시키려고 끈질지게 노력한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그들에 따르면 로마제국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이 세상은 현재로부터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점에 생겨났다고 하고,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포르투갈 어, 카탈루냐어, 프로방스어, 로망슈어 등등 이 모든 언어와 그 방언들은 자발적으로, 독자적으로 생겨났을 뿐 라틴어 같은 선조 언어에 빚진 바가 없다고 하면서....저자는 바쁘지만 않다면 주저앉아 울고 싶을 정도로 무지하게 느껴지는 그 편견에 맞서느라고 시간과 정력을 쏟아야만 하는 자기의 처지를 토로하면서 진화의 실제적 증거들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오늘날에는 전혀 논쟁할 것이 없다. 진화는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모두 13장에 걸쳐 하나하나 그 증거를 제시해주면서 증거가 없다는 말 좀 그만하고 제발 읽어달라고한다.. 제발 읽기만이라도 하라고 한다!!!
내 영혼을 뒤흔든 그 때 그 글귀들
1) 다윈이 등장하기까지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에 대한 100살의 나이로 죽은 에른스트 마이어의 말을 빌리자면 진짜 범인은 오늘날 본질주의라고 명명된 고대의 철학사조였다. 플라톤의 마수가 진화의 발견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2) 캔터베리 대주교도 진화에 대해 아무런 이의가 없고, 교황도 그러하며, 학식 있는 사제나 신학 교수라면 다들 마찬가지다.
3) 나는 진화가 회피할 수 없는 사실임을 보여줄 것이다. 그 엄청난 설명력과 간결미와 아름다움을 찬양할 것이다. 진화는 우리 안에 있고 우리 밖에 있고, 우리 사이에 있다. 억겁의 과거에 만들어진 바위들 속에 그 작동의 증거가 새겨져 있다.
4) 가축화된 모든 개의 야생 선조는 '늑대'였다. 자칼도, 코요테도, 여우도 아니었다.
5) 진화가 유전자들을 원재료로 삼아 무작위적이지 않은 선택을 하는 반면, 돌연변이는 그 유전자들에 무작위적인 변화를 일으킨다.
6) 다윈은 특별한 천재성을 발휘해, 자연이 선택 행위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보았다. 인위 선택자가 없어도 된다는 사실을 처음 간파한 것은 다윈이었다. 선택은 생존에 의해서 또는 생존의 실패에 의해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생존이 중요한 이유는 생존자만이 번식을 해 생존을 도운 유전자들을 후대에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7) 자연선택은 나쁜 것을 기각하고, 좋은 것을 보존하고 다 더한다. 자연선택은 기척도 없이 조용하게 작동하며, 언제 어디서든 기회가 될 때마다, 각 유기체를 그 생명이 처한 유기적, 무기적 조건들에 맞추어 개량한다.
8) 나무의 입장에서 좋은 해에는 나쁜 해에 비해 나이테들이 두꺼워진다.
9) 좋은 과학 이론은 반증에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반증되지 않는 이론이다.
10) 진화가 점진적인 과정이라는 것은 엄연한 사실일 뿐 아니라, 진화가 조금이라도 설명력이 있으려면 반드시 점진적이어야 한다.
11) 인간의 기원과 인간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해의 빛이 비춰지게 될 것이다.
12) 모종의 유인원 같은 생물에서 오늘날의 인간으로 이어진 과정은 눈에 띄지 않게 점진적으로 변한 형태들의 나열이므로, 결정적인 한 점을 짚어서 이제부터 인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해야겠다고 말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13) 아름답게 설계된 몸은 개별 세포들이 국지적으로 준수한 규칙들의 결과로서 창발한 것이지, 뭔가 전역적인 계획을 참조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14) 다윈처럼 좋은 과학자는 세상의 진실이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그것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15) 단순한 시작이 복잡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과정으로 우리가 아는 것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뿐이다.
16) 현실, 그 가슴뛰는 마법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무작위적이지 않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그것은 유일의 게임, 지상 최대의 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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