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대중화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던 것을 넘어, 대중의 과학화를 꿈꾸는 시인을 지망하는 과학자의 정글 이야기
1. 제목 및 저자 소개
열대예찬 - 최재천
최재천은 1954년 강릉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십 수년간 애리조나의 사막과 파나마, 코스타리카의 정글을 집 삼아 다양한 동물의 세계와 풍요로운 생명 현상을 연구했다. 생태학 석사,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 후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했고, 시인의 마음을 간직한 생물학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각종 지면을 통해 대중에게 자연과 환경에 대한 애정과 생명의 소중함을 전하고 있다. 현재는 이화여대 석좌교수이다.
2.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열대예찬은 2003년에 서고에 두었던 책이었다. 과학과 수학에 약한지라 아주 쉽게 쓰여진 과학책에 늘 목말라하다가 스무 살 초반에 읽었던 파브르의 곤충기를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최재천 교수의 열대예찬도 그런 류의 책이려니 하는 기대감과 함께 바로 이 책에 손이 갔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펴보니 수필집 이었고, 20 여년 전에 나에게 비치는 이 책은 문장이 너무 단문인데다가, 촘촘하지 않아 보이고, 본인 감정 표현이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섣부른 생각에 읽지 않고 서고에 꽂힌 채로 세월이 켜켜이 쌓여만 갔다. 아무리 읽어보려고 해도 그 때는 읽히지 않았던 것 같다. 너무 쉽게 보여서, 도저히 읽을 수 없었던 이 모순이라니.... 몇 년이 지나서 또 다시 읽어보려했지만 왜 이렇게 읽히지 않았던지.... 그러다가 거의 책을 보관한 지 17년만에 그냥 노란색 표지가 눈에 띄어서 서고에서 꺼내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바로 읽었다. 아마도 그 당시에는 그리스도교에 대해 비판적인 책을 많이 접하다 보니, 그리고 그런 책들이 하나같이 깨알 같은 글씨체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상대적으로 이 책은 단문에다가 가끔씩 보이는 성경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선입견에 붙들여, 과학자라면 철두철미한 글쓰기여야 할텐데 왠지 하나님 들먹이며 허무맹랑하게 보여지는 글에 내심 거부감을 두고 책을 덮었던 것 같다. 이제 다시 읽어보니 아주 짤막하게 성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뿐 이고, 이 책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반감을 주지 않는 언급들이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그 오랜 세월을 서고에 팽개치고 읽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니 인간을 지배하는 생각이란 참 많은 것을 제약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하마터면 영원히 오해를 하면서 지났을 이 책을 열어보니, 오랜 세월 정글에서 체험한 본인의 실재 경험을 단편으로 명료하게 써 놓은 그의 따뜻한 시각을 느끼게 해준 글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미물이라고 여기는 개미에 대한 전혀 다른 시각의 최재천의 접근은, 이 책을 하루속히 읽었어야만 했던 책이었다라는 것만 나의 뇌리에 더욱 선명하게 남겨주었다. 그랬더라면 그의 수 많은 책들을 더 일찍 읽게 되었을 텐데.....
3.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
우리에게는 한낱 미물이라고 여겨지는 작은 생명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을 지닌 최재천은 과학도이자 작가 지망생이었다. 생물학자가 되기전에 그는 이미 시인 이었다. 그의 모든 정신을 지배하는 마음의 터전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았고, 깜깜한 원초적인 어둠이 묻어났던 시골, 강릉이었다. 어린 시절에 열광했던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중미의 코스타리카 열대 지방에서 시작된 생명들에 대한 그의 연구는, 그야말로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장소에 동시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간결한 문체였지만 생생함을 보여준다. 글쓴이 스스로 본인의 아버지가 바라시는 일을 하게 되진 못했지만, 깊고, 깊은 중미의 열대 숲 속에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태초부터 정해진 그 길을 본인은 들어서 있음을 책을 읽는 이에게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천정이 무너져내리듯, 숲의 꼭대기가 열리며 내리쏟는 빗줄기들을 맞으며,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했고, 정신까지도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평생의 직업을 택할 때, 혹은 뭔가를 생업으로 하고자 결정을 할 때는, 태초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한 그 길을 택하길 원했고, 생생한 경험과 행복감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글이라 할 수 있다.
4. 내 영혼을 깨우는 구절들
● 생명을 가진 다른 모든 것들과 마찬가지로 그들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그래서 그들(뱀)을 한 번도 징그럽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 날개가 유난히 투명한 나비 암수 한 쌍이 서로의 몸을 휘감으며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 나무가 만들어주는 먹이를 독점하고 천하를 평정할 때까지는 더할 수 없이 친했던 동료 개미 여왕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피를 흘리며 제거해야 할 정적이 되고 만다.
● 새끼를 기르고 있는 어미들은 한결같이 내가 불편하리만치 가까이 접근하면, 딱정벌레들은 얼른 새끼들을 품 안에 안고 여섯 개의 다리들로 나뭇잎을 한껏 끌어당기곤 했다.
● 음식점이나 우리들 가정에 들어와 사는 바퀴벌레들의 어미들은 알들을 그냥 아무 곳에나 낳는 것이 안쓰러워 단단한 알집에 넣어 늘 꽁지에 매달고 다닌다. 자식들을 그냥 버려두지 않는 그들의 정성 덕분에 바퀴벌레의 부화율은 다른 곤충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성공한 자식의 뒤에는 다 훌륭한 어머니가 있다.
● 인간으로부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는 박쥐는 온몸이 깃털이 아닌 그냥 털로 싸여 있고, 부리가 아닌 입을 가지고 있고, 우리들처럼 아이를 낳아 젖을 먹여 키우는 포유류의 일종이다.
● 섞여야 건강하다. 섞여야 아름답다. 섞여야 순수하다. 왜냐하면 자연은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섞여왔기 때문이다. 자연은 언제나 다양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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