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윤리를 명확하게 분리한 위대한 현실주의 사상가, 마키아벨리의 인간성찰
1. 제목 및 저자 소개
마키아벨리 어록 - 시오노 나나미
시오노 나나미는 학습원 대학 철학과를 졸업한 뒤, 이탈리아로 건너가 혼자서 로마사를 공부했다. 그녀는 기존의 관념을 파괴하는 역사해석과 소설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놀라운 필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처녀작 '르네상스의 여인들'을 필두로 다수의 에세이가 있다.
2. 이 책을 읽게 된 동기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는 수년 전에 읽었는데, 마키아벨리 어록은 읽지 못하다가 우연히 멀리 돌고 돌아 다시 내 손에 닿게 되어 반가운 마음에, 감추어 두었던 귀한 선물을 대하듯 한 자 한 자 짚어가면서 읽게 되었다.
정말 누군가 한 이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운동선수의 근육은 그 움직임이 피부 밑에 숨어 있어도 느껴지듯이 마키아벨리의 문장에 깃들인 힘은 한 번만 읽어도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듯, 불둑거리는 그의 글을 나도 모르게 부드럽게 써내려진 연필로, 흰 종이에 한 자 한 자 메모를 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자고 일어나보니 선진국이 되어있는 현재의 대한민국에 살고 있으면서 아직은 세계 최고가 된건지 어떨떨한 상태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무엇을 전세계의 다른 국가들보다 더 잘 이행했나를 짚어보다가 마키아벨리 어록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도 한 때는 세계의 중심 도시 로마가 태어난 이탈리아의 태생이기 때문이었다.
세계를 선도한 나라는 어떤 지도자가 어떤 생각으로 나라를 이끌어 나갔나를 비교해보고 싶었던 것이 이 책을 들게 된 이유였다.
3. 글쓴이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줄거리)
시오노 나나미는 이 마키아벨리 어록을 그의 사상을 요약한 책이 아니라 발췌한 것이라고 알려준다.
완역도, 요약도, 해설도 아닌 발췌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그녀가 계속 다루어왔던 역사적 인물들은 자기의 작품을 남기지않았고, 그 반면 마키아벨리는 그의 작품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더해 군주, 국가, 인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작품을 남기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의 생각의 정수를 들이키고 싶다는 마음에 수많은 주석을 없애고, 그의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발췌라는 수단을 썼다고 말한다.
그에게 쓴다는 것은 삶의 증거였다. 쓰는 것이 곧 인생이라면 기개부터 달라지는 것은 당연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마키아벨리에게 흥미를 느낀 이유는, 그의 생애와 사상에만 흥미를 느껴서가 아닌 마키아벨리의 생애를 쓰면,그것을 쓴 과정을 통해서 300년을 번창해온 피렌체가 이제는 쇠퇴기에 이르렀음을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해서였다.
단테 시대는 피렌체의 융성기, 코시모 데 메디치를 중심으로는 전성기를, 마키아벨리 시대는 쇠퇴기를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융성기의 원인이 곧 쇠퇴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가설이 옳다면, 우선 마키아벨리 시대의 쇠퇴기를 살펴봄으로써 전체상을 시계에 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체의 시계가 들어오면 민족 고유의 정신도 파악할 수 있고, 이 정신이야말로 요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적고있다.
그의 생애와 사상을 양립시키면서, 아울러 피렌체공화국의 쇠퇴와 겹쳐서 쓰고 싶은 그녀가, 결국 도달한 생각은 두 가지를 분리하는 것이었다.
나의 친구 마키아벨리에서는 한사람의 인간인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의 피렌체를 그렸다면, 잘라낸 나머지 사상은 종래 연구자들이 그의 사상을 해설하는 방법을 쓰고 싶진않았고, 실제로 도움이 되게 하고 싶은 마음에 500년 뒤의 우리 사이에 가로놓인 울타리를 치워버리고 싶었다고했다.
씌어질 당시에 넘쳐흐른 생기를 독자에게 어떻게든 맛볼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라는 것이다.
거기에 현대인이 고전을 멀리하게 되는 이유는 방대한 주석임을 알고 모두 떼버렸다고 했다.
그녀의 목적은 오직 한 가지, 마키아벨리의 사상을 그가 대상으로 한 사람들에게 한 것과 가까운 조건으로, 현대의 우리들에게 제공하고 싶었고, 마키아벨리의 삶의 증거의 에센스가 바로 이 책 마키아벨리 어록이라고 했다.
또 하나 이 책이 발췌의 형식을 취한 이유로, 500년 내내 되풀이되어온 그의 사상에 대한 찬반 양론의 대립의 역사를 조사한 끝에 도달한 결론이기도 한데 그냥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독자들의 관심을 자극한 대목이 있다면 찬성하는 부분, 반대하는 부분을 알려주면 언제가 마키아벨리와 관련해서 다시 한 번 글을 더 쓰고 싶다는 것이 이 책이 탄생한 또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찬반 양론이 다 마키아벨리가 의도한 것을 정확히 받아들이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치란 경우에 따라서는 인륜의 길에 어긋나는 일도 해야 한다고 말한 마키아벨리의 독창성은 바로 이 점, 정치와 윤리를 명확하게 분리한 데에 있는 것이며, 그것을 부정한다는 것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제 3자가 비쳐준 거울을 통하여 마키아벨리를 바라보지않고, 직접 그의 사상을 상대해서, 그의 문체가 주는 쾌감까지 아울러 음미하는 것이야말로 비록 그것에 반대하더라도 훨씬 많은 수확을 거두는 방법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독자들에게 띄웠던 것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의 삶의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성공했다하더라도, 마키아벨리 자신이 실제로 자신의 시대나 후대에 도움되는 것을 쓰는 것이 자기의 목적이라고 했으니, 그의 생각에 반대하면 반대하는데로, 찬성하면 찬성하는데로 독자의 의견을 들려달라는 요구와 함께 그녀의 글은 마쳐진다.
4. 내 영혼을 깨우는 구절들
● 군주가 되고자 하는 자는 여러 가지 좋은 성질을 다 아울러서 가질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그런 여러 가지 좋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있다.
● 사람들의 두뇌를 잘 조정할 줄 아는 군주가 사람을 믿는 군주보다 결과적으로 더 훌륭한 일을 성공시키고 있다.
● 고대 로마인은 현대(16세기)의 지혜로운 자들이 흔히 말하는 '때의 혜택을 기다린다'는 태도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보다 그들 스스로의 역량과 판단력에 의지했다. 그 까닭은 때란 일체의 것을 다 가져오기 때문이다. 선도 데려오며 아울러 악도 데려온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권력을 가진 사람이 누군가에게 최근에 베푼 은혜로 그자가 품었던 묵은 원한이 사라진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돌이킬 수 없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 인간이란 자기를 지켜주지 않거나 잘못을 바로잡을 힘이 없는 자에게는 충성을 바칠 수 없는 존재이다.
● 군주로서 사랑을 받는 것과 무섭게 여겨지는 것 가운데 과연 어느 쪽이 바람직스러울까? 대부분의 경우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는데, 나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무섭게 여겨지는 편이 군주로서 안전한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인간은 무서운 자보다 사랑하는자를 사정없이 해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 군주가 엄중하고도 엄중하게 경계해야 할 일은 경멸당하거나 얕잡아 보이는 것이다.
● 사람은 마음속에 깃들인 질투심으로, 칭찬보다 헐뜯기를 좋아하는 법이다.
● 인간은 필요에 따라 선인이 되는 것이며, 그 필요의 고리가 벗겨지기 무섭게 악으로 기울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 옛 장군들은 인간의 의욕이라는 것이 필요에 쫓겨야 비로소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대중은 언제나 정치하는 자를 모방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시선은 언제나 통치자를 향하기 때문이다.
● 건전한 국가란 우수한 지도자가 죽은 위에도 누가 뒤를 잇든지 그 노선이 계승되어나갈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된 국가이다.
● 누구나 실수하고 싶어서 실수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갠 날에는 다음 날 비가 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뿐이다.
● 운명에 끌려다니기 쉬운 성향은 실은 교육의 결과일 때가 많다. 교육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에는 운에 끌려다니기 쉬운 성격이 된다. 반대로 그것이 올바로 이루어져 있으면 역경에도 동하지 않는 인간이 된다.
● 명성에 빛나는 지도자들의 행위를 세밀히 검토해보면, 그들이 모두 운명으로부터는 단지 기회만을 얻었을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기회는 그들에게 재료를 주었을 뿐이며, 그 재료도 자기들 생각대로 요리했다는 것을 아울러 깨달을 것이다.
● 건설한 후에 모세가 한 것처럼, 지명을 바꾸는 현상이 일어난다. 갈리아키살피나 지방을 롬바르디아라 부르게 되고, 갈리아트란살피나가 프랑스가 되고, 일리리아가 스키아보니로, 판노니아가 헝가리로, 브르타뉴가 영국으로 보통 침입해온 민족의 이름으로 대체된다. 모세도 자기가 정복한 시리아의 일부를 유대라고 했다.
● 약체의 공화국에 나타나는 가장 나쁜 경향은 무슨 일에나 우유부단하다는 것이다.
● 결단력 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진지하게 협의해봐야 거기서 나오는 결론은 언제나 모호하다.
● 한 나라의 자위력은 무기와 전의를 합쳐서 측정되어야 한다.
● 미친 듯이 성난 민중을 진정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존경받는, 그리고 육체적으로도 출중한 인물이 그들 앞에 모습을 나타내는 것이다.
● 인간이란 아무리 상처를 입어도 자기에게 책임이 있을 때는 상처의 아픔이 덜하게 마련이다.
● 정치란 가진 힘을 어떻게 하면 공정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느냐 하는 기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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